민중가요, 락, 진부함을 넘어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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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치, 책 광고 아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더 읽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이*크*' 앨범 광고처럼 여기저기 관련 없는 동호회까지
들쑤셔가며 "저주받은 록의 ~" 어쩌구 하지는 않을테니까.
또한, '록=저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글을 읽고 얻을 것은 없다.
록은 저항일 수도 있고 상업적인 팔아먹기일 수도 있으며,
민중가요의 진정한 혁신은 록이건 그 무엇이건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음악적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계속 읽어 내려가도 좋을 것 같다.
저항적인 음악은 어떤 특정 장르의 선험적인[생득적인] 특성이 아니라
장르와 상관없이 - 힙합이든, 고전음악이든, 댄스뮤직이든 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경멸해마지 않던 뽕짝도 훌륭한 아지프로 뮤직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김호철을 통해 보지 않았는가.
(선전선동의 음악이 지금의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한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민중가요는 이제 운동의 어시스트[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없다.
운동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노래의 힘이 운동을 보족하고 때로 운동을 고양시키던
'좋았던 그 시절'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면한 시점에서 방점은 운동에 찍힐 것이 아니라(노래'운동')
노래에 찍혀야 할 것이다('노래'운동).
그것은 '좋든싫든'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소홀해오던 음악부문에 대한
당연한 관심이자 주목일 것이다.
'지금의 아지프로 음악이 해방세상을 건설하는데 일조할 수는 있어도
과연 진정한 그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 5년 전쯤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이른바 억압과 착취가 사라진 세상이 왔다고 치자.
그때 과연 "투쟁"과 "타도"가 난무하는 민중가요가 일상적 노래가 될수 있을까.
정말 음악적인 면에서, 우리가 부르고 공유하는 음악은
대항이 아니라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투쟁가 말고, 서정가요, 생활가요 등등 삶에 관한 노래도 많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게 온전히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정말
암묵적으로 동의된 것처럼, 진보적인 것이고 음악적으로도 진전일까.)
음악적인 면을 안이하게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얘기지만, '꽃다지'의 <난 할말이 있다>의 전주에서 보여준
'너바나(Nirvana)'의
민중가요 진영에서 얼마나 안이하게 음악을 사고하는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것은, '앨범 발매 전에 내부에서 논란이 되었으나, 록 기타의 리프가
원래 거기서 거기이고 그와 비슷한 진행은 예전에도 있었다'면서
격론 끝에 '그대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말은 궁색한 변명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터보가 예전에 어느 댄스 곡에서 표절했던 건 표절이 아닌가.
그 음악을 메틀 매니아들이 들었다면, 씨도 못 건졌을 것이다.
들을 기회가 없었으니까 침묵하고 있는 거지.
(본의 아니게 '꽃다지'에 적대적인 감정이라도 가진 양 비판하게 됐지만
대표적인 예를 들다보니 '꽃다지'가 대표적인 민중가요 노래패인 탓에
언급된 것이지 개인적 유감은 없다. 난 꽃다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프다.)
뒤늦게, 어설프게, 선무당처럼,
지난해부터 민중가요 진영에서 록의 바람이 부는데
어느 집단처럼 '록은 원래 저항적인 음악이다'라는 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분명히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타의 장르처럼, 록은 저항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조국과 청춘', '메이데이', '이스크라'의 앨범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
왜 그 많은 록의 표현법 중에 참고하는 어법이 하필이면 가장 비판받는
바로크메틀, 70·80년대 헤비메틀 풍인지.... 깝깝하다.
조금만 록 음악에 빠져봤던 사람이라면
그런 류의 음악 스타일은 진보적인,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에
어울리지 않는 그릇이라는 걸, 심지어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다.
'멋있고 뭔가 있어 보이고 저항이라니까 왠지 같이 피 끓어서' 수준의
그런 정도라도 만족한다면 더 할 말 없다.
그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는 것이다.
록에 대해 '진정한 음악'이라든가 '저항적인 음악'이라는 생각을 가진 당신이라면
아니, 그런 의견에 뭔가 께름직하지만 정리하지는 못하겠다는 당신이라면
여기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음악은 말보다는 직접 듣고 느끼고 곱씹는 게 중요할 터이지만
(그래서 물론 음악을 많이 듣고 자신의 관습적 틀과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
글로 된 어떤 것이 필요하다면 <얼트문화와 록 음악>
(얼트바이러스 지음, 한나래 펴냄)이란 책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이 책엔 어떤 신화적인 우상 만들기도, '좋았던 그 시절' 그리워하기도,
얄팍한 계보 만들기도, 단정적 선언도 없다.
장담하건대, 이 책을 읽으면
음악에 대해(작게 말하면 록에 대해)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분명한 것, 일견 완벽해 보이는 논리는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과정적인 혼란스러움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필독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이 '얼바' 회원으로서 이렇게 추천하는 게 민망할 따름이지만
그런 걸 떠나, '지금 여기'의 위치를 잃지 않으면서(그러니까 번역본 제외),
지금까지 나온 '록' 관련 책 중에 이만한 책은 없다고 본다)
<얼트문화와 록 음악 2>(한나래, 1997)
제3부 1980년대 브리티시 팝의 대안들
→ 1980년대 영국의 인디 팝/록 씬을 장르별로 다룸.
펑크 이후 혼란에서부터 뉴로맨틱스까지(대략 1977~83년)의
오버와 언더 상황,
그리고 인더스트리얼, 고딕, 앰비언트의 언더의 실험,
또한 80s 중반 이후 모더니즘, 로맨티시즘, 아방가르드의
세 계열의 인디음악.
제4부 '얼터너티브 록' 이후의 주류와 대안들
→ 이른바 '얼터너티브의 폭발' 이후의 90년대의 팝/록의 상황
그런지 이후의 미국 록 음악의 동향,
(그런지와 동행했던) '여성 록'
<얼트문화와 록 음악 1>(한나래, 1996)
제1부 그런지의 폭발과 내파
→ 뉴펑크, 이른바 얼터너티브(너바나, 펄잼, 사운드가든, 앨리스인체인스)
그리고 스매싱 펌킨스
제2부 펑크 이후 혹은 그런지의 전야
→ U2, 소닉 유스, REM, 허스커 두, 미트 퍼핏츠, 리빙 컬러,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