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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가요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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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혁/작곡가

이 글은 아마도 일관된 논리를 갖춘 글이기 보다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얻은 개인

적 경험과 떠오른 단상들을 모아 놓은 글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것은 일단

이러한 생각들을 체계화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으로는 과연 지금 그러한 논리적 구조를 갖춘 일종의 '論'이 필요한 지에 대해 의문

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90년대 현실도 그렇고, 또 문화비

평과새로운 담론의 홍수 속에서 구테적인 실천과 주체적인 문화향유가 질식당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나는 이 글에서 무리한 일반화를

시도하기보다 구체적으로 느꼈던 것을 소박하게 써내려 갈

작정이다. 또 그 속에서 내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의문들도 있는 그대로 풀어놓을

것이다. 나의 이런 태도가 어쩌면 불만스러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

다.. 하지만 이 정도가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고 싶

다.

 

지금 나는 언젠가 며칠 밤을 꼬박 새며 읽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 [파운데

이션]의 한 부분을 떠올리고 있다 찬란한 기술 문명을 자랑하던 은하제국이 몰락하

는대목을. 거대한 원자력 발전기가 있어도 그것을 운전할 사람이 없고. 고장이라도

나면 부품도 사람도 없어서 결국 불에 의존하는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

을 그 쓸쓸한 서술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80년대 대학과 노동현장을 중

심으로 발전했던 여러 예술장르들이 활력을 잃고 퇴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흡

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의 이런 판단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민중 혹은 민족이라는 말이 접두사로 붙는 여러

예술 장르들의 침체 -혹은, 정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대중문화와 비교한다면 더욱 뚜렷하다. 80년대 비약적인 발

전을 했던 민중가요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수 운동권의 문화에서 출발, 대학내 주도

적인 음악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80년대 후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운

동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시민공간으로 진출했으며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생산대중

인 노동자들을 주수용층으로 끌어들였던 노래운동 역시 활력을 잃은 듯하다. 사회

전체를 봤을때도 그렇고 노동현장과 대학 내에서조차 민중가요의 영향력이 점차로

축소되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몇몇 예를 들어보자면 대중적으로 인기

를 모으는 민중가요들이 훨씬 줄어들었고 -따라서 철지난 노래를 계속 부를 수밖에

없고- 그 작품의 수준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한때 우후죽

순처럼 생겨났던 노래패들도 해체되거나 이름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거나 (특히

노동현장의 경우)노래공연에 사람 모으기 힘든 다시 말해 작품의 질과 생산력, 주

체적 역량, 대중 장악력 모든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하는가?

 

 

이 문제들을 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 짚고 넘어가자.

과연 노래운동-민중가요란 무엇인가? 조금 시기가 지난 감이 없지 않지만 서태지

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는 민중가요가 아닌가? 강산에의 '...라구요'는 어떤가?

어떤 노래들보다 교육과 통일에 대해 빼어난 형상화를 하지 않았는가?

신해철과 넥스트의 작품들은 어떤가? 그냥 좋은 대중가요들? 그렇다면 과연 민중가

요는 좋은 -바람직한 노래인가? 민중가요는 진부하고 과격하며 90년대 대중가요의

새로운 변신에 비교해보면 발전이 없고 정체된 듯하다는 일반 대중들의 평가는 어

떻게 이해하는가? 꼭 민중가요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가? 아니. 민중가요라는

용어자체가 지금 유효한가? 내가 판단하기로 지금 노래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들 중 이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나는 왜

민중가요를 부르는가. 아마도 80년대라면 이런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

다. 그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과연 그랬는가? 이제 노래운

동권(?)은 자신이 안고있는 민중가요란 무엇이고 다른 노래와 다른 점은 무언가.

이건 왜 소중하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정확히 대답해야 하는 상

황이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민중가요----노래운동이 과연 유효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서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

론 이 질문의 성격상 완전한 해답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므

로. 그렇지만 역시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노래운동 - 민중가요란 무엇인

가? 지금 이것은 유효한가.?

 

 

내가 생각하기엔 민중가요는 다음의 네 가지 측면에서 다른 노래문화와 구분된다고

본다.

들어 수용한다. 군가풍을 원용해서 행진곡 양식으로 변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

일 것이다. 뽕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뽕짝이 가진 건강함은 계승하고 퇴

폐성과 감상성은 버린다. '서울에서 평양까지'가 대표적인 예일것이다. 즉, 특정한

형식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음악적 양식을 수용,변화, 발전시킨다.

강요하는 반면 민중가요는 민중들 스스로 나름대로의 유통조를 통해 집회장이나 여

러 모임에서 직접 그리고 주체적으로 향유한다.

것은 일상화되어 있고 멜로디까지 변화시키고 원곡에 없는 후렴을 덧붙이기도 한

다.결국 민중가요는 민중들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고 향유하는 노래이다. 그리고 이

노래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노래운동이다. 즉, 좋은 노래를 만들

어내는 것만이 바로 노래운동이 아니다. 즉, 좋은 노래들을 향유하고 그것을 민중들

스스로가 유통시킬 수 있도록 조직하고, 노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모든 노

래문화 -대중가요나 가곡이나...-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결국에는 민중들이 노래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모든 총체적인 활동이 노래운동인 것이다. 이러한 민중가요의

정신은 바로 우리의 민요와 맞닿아 있다. 본디 '민요'는 '지배계층이 아닌 당대의

민중들이 부르던 노래'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건강한 삶의 정서와 끈질긴 생명력과 비판정신이 배어 있다. 옛날 우리 민중들은

민요를 통해 위선적인 지배층을 비판하고 노동의 힘겨움을 씻어 내며 공동체 의식

을 고취시켰다. 또 민요는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왔던 민중들 자신이 만들고 향유하

던 노래문화이다. 이러한 민요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여러 사

람을 거치면서 그 내용이 바뀌기도 하고 창조적으로 재해석되며 더욱 풍성한 모습

으로 오늘날까지 내려오게 된것이다. 이러한 민요의 본질은 민중가요의 본질과 같

다. 조금 비약하자면 민중가요는 지금 시대의민요이다. 그리고 민중가요의 정신은

바로 '민요정신'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따라서 내용이 사회비판적이고 그 형식이 진보적이라 해서 민중가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노래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모두 민중가요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민중들만이 결정할 수 있다. 즉,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

친 노래만이 민중가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래운동'은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

만이 아니라 민중들 스스로 노래의 주체가 되도록 '조직' -정서를 조직하던. 실제

노래패를 만드는 것이던 간에-하는 것이다.

 

 

-4의 내용을 거저 먹으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몇가지 고약한 질문들

이 실재하는 가? 지금 시기에 민중이 결정한다는 말이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가?

풍으로변화시킨 예를 들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의

미가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예술적 가치는 인정할 만한가?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지금의 상황. 그리고 사전심의의 폐지에 따른 합법음반화경

향을 볼 때 자생적인 유통구조는 얼마만큼 유지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유지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최근 민중가요의 작품적 경향은 두 가지 정도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록과 같이 서구적이고 현대적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흐름이고 다

른 하나는 '희망새'등으로 대표되는 북한풍의 적극적 수용이다.

여기서 내가 보다 주목하는 것은 첫 번째의 흐름이다. 민중 록그룹'천지인'과 지금

은 해체된 '푸른 물결'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최근 록음악의 도입을 둘러싸고 격력

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조국과 청춘' 5집 음반이 출시된 후 일정 정도 대중적 지지

를 확보함에 따라 확고한 하나의 경?袖막?자리잡은 듯하다. 사실 '조국과 청춘'의 < /P>

음반을 록이라고 구분짓기에는 무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그 논쟁의 흐름이

'민중가요에서 록 수용'을 중심으로 진행된것은 아마도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일렉기

타의 전자음과 보컬의 샤우팅 창법 그리고 강한

비트로 드러나는 '록적 편성'과 록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록은 그러한 음악적 특성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

히려 록은 당대의 사회적 배경속에서 취하는 에술가의 태도에 가깝다. 따라서 '록

은 우리의 대안인가'같은 질문은 그야말로 우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 자리가 록의

정의를 논하는 자리가 아님으로 각설하고 내가 보기에 보다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양식의 실험과 그 수용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해야할 것은 다음의 두 편향이다. 하나는 '조국과 청춘' 5집을 둘러싼 논쟁에서 여

실히 드러난 특정 음악양식에 대한 부정적 태도이다.

록에 대한 부정적 견해의 꽤 많은 부분은 자신의 취향을 객관화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거부감이거나 하나의 양식을 일면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오는 그릇된 견해에

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록은 미국(美帝?)자본주의의 문화이니 그러한 정서

를 유포시킬 것이라는 식의 견해이다. -그러나 실제로 민중가요에 있는 서정가요는

오히려 찬송가나 가곡의 영향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날이 오면>같은 가곡풍의 노

래 역시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러한 협소한 시각

에서 벗어나는 것. 즉 자신의 취향을 객관화하고 새로운 양식의 긍정성을 어떻게

차용할 것이가에 대한 고민이 더 앞설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

와 반대로 록은 저항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역시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심하면 또 다른 문화적 사대주의로 치달

을 것이다. 록 자체는 결코 저항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이 6.70년대 미국의 정치,사

회적 배경속에서 체제와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을 담아내고 있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록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도

문제가 있지만 록에 대한 열광과 무비판적인 수용도 옳은 자세가 아니다. 따라서

민중가요에 있어 이러한 음악의 수용은 잘못된 이 두 편향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와

이 양식들을 도입한 노래들이 민중의 삶과 투쟁속에 어떻게 뿌리박는 가에 달려 있

다.

 

 

스한 위로일 것이다. <누가 나에게 이길을...> <민들레처럼> <동지들 앞에 나의 삶

은> <바위처럼>등 90년 이후 전 계층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노래들은 이런 내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90년 이후 민중가요는 운동의 침체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

고 동지를 위로하며 서로 함께 의지를 다져나가는 '어려운 시기의 활동가의 상'을

중심에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민중가요가 운동의 침체를 맞아 나름대로 성취

한 소중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아무래도 과도기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힘들고 갈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새롭게 힘을 복돋우는 것은 항상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지러울 정도로 변

화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더구나 90년대의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이러한 돌아봄과

어리광-조금 심한 말일 수도 있겠군!-은 이제 접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성급하

게 무작정 싸우자라는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흔히 고만고만

한 전술적 행진에서 자주 드러나는 것처럼 주관적이고 상투적인 모습만을 그려내

게 될 것이다. 반대로 흔히들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 방향으로 제시되

는 '일상적인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다.'라는 말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화카드 한장>이 인기를 모은 이후 이러한 경향을 따라 많은 곡들이 창작

되었지만 그 성과는 회의적이다. 일상에서 구체적인 소재들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

것을 보편적인 감동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그야말로 일상의 주변사로 전락하는 소

재주의적 한계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지금 민중가요가 맞닥뜨리고 있

는 내용적 한계는 이러한 일종의 창작 지침의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

라고 본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

각/태도를 획득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운동권의 시각과 태도

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과학적 세계관에 입각한 운동

적 사고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운동적 사고가 우리의 창조력들을 오히려 억압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이해하라는 이

야기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그건 자유주의적 발상'이라는 말이 귀에 들려오

는 듯하다.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말하고 싶은 것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식적 태도로는 지금의 세계와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그것을 올바르게 그릴 수도 없다는 말이다. 이것을 다 설명하기에는 내 머리

가 너무 모자라고 또 이것은 결국 창작자의 삶 전체이기 때문에...

하여간 한정된 시각에서 벗어나야만지금의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새로운 내용

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야만 이 첨단의 시대에 민중의 투

쟁과 우리의 운동이란 것이 왜 그토록 소중한지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그리고 덧

붙이자면 이런 시각/태도의획득과 더불어 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을 소중히 하는 것

이 필요하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우리들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 대체로 이건

뭐가 문제라는 식의 비판에 훨씬 익숙한 듯하다. 물론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

니다. 다만 지금 시기에는 개인의 자유로운 발상에서 나온 새로운 내용들을 성급하

게 재단하지 않는 태도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꼭 이런 내용일 필요

는 없다고 하면서 실제로 그러한 내용이 아니면 비판하는 이중적 태도로부터 자유

스러워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나역시 그러했던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조금

더 대담하게, 더 새롭게,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어쨌든 새로운 시각과 태도의 확

보, 자유로운 상상력만이 민중가요의 내용을 새롭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

야만 민중가요는 진정한 민중과 세상의 모습을, 살아 숨쉬는 그 형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 7과 관련하여 늘어놓는 두가지의 사족

도 필요하다. 하나의 예를 들면, 7, 80년대 대학인들이 '운동'에서 비롯된 고뇌가 하

나의 화두였다면 지금은 너무도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가 아닐까? 더 좋은 일과 안

락한 생활을 바라지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시절같은 끝없는 경쟁속

에 자신을 다시 밀어 넣어야 하는 그 고통스러움, 자본에 의해 자신의 청춘을 저당

잡힌 표면적으로는 자유로운 신세대지만 자신의 미래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사람

들의 모습. 이 모습을 그려내고 날로 보수화되는 청년의 진보성을 되찾게 하는 것

(별로 새롭지 않나?)

식적태도는 결코 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이것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

는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누군가 돈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

리는 그것을 자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 잘 말해야 겠지요... 별로 좋은

예가 아닌가?)

 

 

확립과 레게, 테크노, R&B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등장이라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가사내용의 측면에서도 새로움이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대중가요의 주제였던 남녀간의 사랑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다룬 노래들이 나

오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에서부터 통일(발해를 꿈꾸며, ...라구요), 교육(교실 이데

야), 세대 갈등(아버지와 나), 일상에 대한 비판등 다양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전

통적으로 노래운동에서 다루었던 진보적인 내용조차 소화해 내고 있다. 따라서 이

제 대중가요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사랑타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을 가

지지 못한다. 물론 대중가요 비판의 핵심은 이러한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같은 현상

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중가요가 만들어지고 대중들에게 유통되는 전체적인 구조였

다. 대중가요는 일종의 상품이기 때무에 그 성격상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문제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

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강요되기 때문에-대중의 선택을 획일화시킨다는 것이 가

장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러한 비판론은 대중가요에 대한

일면적 견해가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그 구조속에서 자본에 예속되는 측면을 상

대적으로 강조하고 그것을 벗어나 새로운 긍정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경

시했다는 말이다. 사실 90년대 이전의 대중가요계의 모습은 이러한 비판이 타당할

만했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일면적 비판을 넘어서는 보다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며

한편 이와 연관지어 주류와 대별되는 나름대로의 진보적인 대중음악인들과의 연대

역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최근 사전 심의철폐 콘서트와 같은 접점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상호간의 연대와 교류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이

러한 교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음악

문화의 발전과 진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치있는 일이다. 진정한 언더그라운드라

고나 할까?

이는 자본의 이해가 전적으로 관철되는 획일적인 주류 대중음악을 견제하고 보다

건강한 음악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반 자본을 기치로 한 진정한 언더

그라운드 음악의 건설은 민중가요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토양이 될 것이다.

 

 

- 9와 관련된 고민 하나 더...

만일 그렇게 된다면 과연 민중가요라는 용어가 유효할까? 새로운 용어가 정의되어

야 하는 것은 아닌가?

 

 

람들을 배출해 온 대학 노래패와 87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민중가요를 널리

보급해 온 노조와 제민주단체의 노래모임들은 노래운동의 실질적 주체이며 노래운

동의 뿌리이다. 일반적으로 노래운동이라고 한다면 '노찾사'나 '꽃다지'와 같은 전문

노래단체와 가수들을 연상하지만 내가 생각하기로 노래운동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노래패이다. 만일 어떤 일로 둘 중 하나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주

저없이 노래패들을 선택하겠다. 물론 이 둘의 일단 가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활

동대상, 활동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서로 같은 선상에서 비

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노래패의 상황은 어떠한가? 성원의 양적

축소와 불안정성 음악적 기량의 경향적 저하와 정체, 결과적으로 대중적 지지의 상

실과 수요층의 축소... 정도의 차이는 좀 있을지라도 대다수의 노래패는 이러한 문

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민중가요 -노래운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올바른 정리가 필요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는 왜 노래패에 들어와서 민중가요를 부

르고 있나에 대한 대답이 정확히 있어야 한다느 말이다. 중언부언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운동을 하니까, 조합원이니까 민중가요를 좋아하고 부른다는 식으로는

안된다는 거(3번 이하를 참조하시길). 여기서 교육이라고 하는 말을 곧바로 세미나

로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내 경험으로는

동아리 방에서 노래책의 첫페이지부터 끝까지 선배들에게 배우는것이 가장 자연스

럽고 훌륭한 교육이었다.(물론 당시의 노래책은 지금처럼 노래악보만 달랑 있는 것

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노래의 배경에 대한 글. 시. 노래. 평. 사진등이 연대별로

편집된 그 자체가 훌륭한 교과서였다.) 그리고 노래패는 대중단체이고 문화조직이

다. 따라서 대중단체. 문화단체의 위상에 걸맞는 교육과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대

체로 노래패를 운동조직과 혼돈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둘째, 역시 노래패의 위상과 연관되는 문제인데 전문성과 창작에 대해 올바른 태

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노래패들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

이고 창작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전문성을 음악적 기량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것은 오해이다. 음악적 기량

을 쌓는 것은 물론 필용하다. 최근 노래패들의 음악적기량이 저하되는 것을 볼 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대중들의 지지를 상실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기량때문

만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나온 이영미님의 평론집 [서태지와 꽃다지]의 논문 [전문성과

비전문성]을 참조하기 바란다.)이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할 경우 두 개의 함정을

만날 것이다. 하나는 기량의 강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기능주의적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는 정반대로 기량의 강화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이다. 올바른

입장은 이 두 편향의 사이에 있다. 마찬가지로 창작을 신곡 만드는 것으로 좁게 이

해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은 활동속에서 -예를 들어 공연때의 곡의 선곡이나 개

사, 공연 내용의 구성등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창조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한다.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보편론에 불과

하다. 역시 문제는 직접 대중과 만나 나가는 것 그리고 자기의 상황에 맞게 실천하

는 것이다.

 

 

- 11과 관련해서 드는 하나의 의문

과연 지금의 노래패가 앞으로 어떻게 보면 애매한 팀구성 형태, 즉 확실한 합창단

도 아니고 그렇다고 록그룹과 같이 연주와 보컬의 구성도 아닌 지금의 형태를 유지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가? 노래패들의 소원은 아마도 꽃다지와 같은 튼튼한 연주팀

을 가지고 다수의 가수가 있는 모양일텐데 과연 가능한가? 이것 역시 자기 팀의 역

량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면 되는 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이 마련될 것이가?

 

 

나열, 해결되지 않는 질문의 연속이 되고 만 것 같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

인 듯 하다. 그러면서도 변명처럼 드는 생각은 90년대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이 글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변명은 지금이 정연한 논리를 그냥 앉

아서 편히 받아먹을 수 있는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길은 없다. 아니 도

처에 길이다. 그러나 길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가야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쁘기도 하다. 그저 거대담론의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치가 아니라 두

발로 땅을 딛고 선 무엇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나 확실히 힘든 길이다.

글을 마치기 전에 마지막 의문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민중가요-노래운동은 과연

유효한가? 그렇다.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바뀌든 유효하다. 다만 우리가 보다 자유

롭고 당당하게 설 때 만이... 운동은 자유를 위한 것이다. 억압받는 민중을 보다 자

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출발한 것이 운동이 아닌가? 노래

운동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스스로 주인으로 자유롭고 다양한. 자신의 삶을 그린

음악들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어쩌다 그 운동이 자유를 억압하기

도 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막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이둘을 행복하게

만나게 할 것인가? 나의 대답은 이렇다. 내가 가진 신념과 경험에 대해 당당하게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태도와 행위를 자유롭게,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었으

면 한다.